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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컬럼) “겨울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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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뉴스]= 지금은 김치만 보관하는 김치전용 냉장고도 있고 배추저장시설이 잘 갖추어 있는 덕분에 어느 계절이라도 김치를 맘 놓고 담글 수 있다. 그 덕분에 요사이 겨울양식을 준비하는 김장철이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옛 시절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김장은 그해 겨울을 지내는데 필수양식이었다. 보리나, 쌀이나 다른 잡곡들도 없어서는 안 되었지만 서민들에게 있어서 김장 김치는 주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랬었는지는 몰라도 김치를 어느 양식 못지 않게 귀하여 여겼다. 먹고 사는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김치만 넉넉하게 담가 놓으면 그 해 겨울은 한시름 놓았었다. 어디 그 뿐인가? 김치는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김치 하나만 곁들이면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척척 잘 맞았으니 김장 김치야말로 배고픔을 달래줄 뿐만이 아니라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는데 “일등공신”역할을 했다.

지금은 어디에서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판매용 김치도 대중화되었다. 김치를 담글지 몰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돈만 있으면 입맛이나 취향에 알맞게 맞춤김치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어릴 적 시절에는 오직 집에서만 김치를 담갔다. 그시절에는 김장철만 되면 배추나 무를 공동으로 심은 동네 앞 텃밭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왜냐하면 어느 한 집만의 김장이 아니라 동네김장을 했기 때문이다. 위쪽은 초록색이 진하고 아래쪽은 하얀색이 진한 팔뚝만한 무 위쪽 초록색 부분을 무쇠 칼로 싹둑 잘라 입에 넣으면 칼칼한 입안이 금세 향긋한 향기로 가득 채워진다. 어디 그 뿐인가. 흙 위로만 배추를 칼로 싹둑 잘라내고 나면 큼직한 배추 꽁다리만 땅속에 깊숙이 박혀 있게 된다. 삽이나 괭이 대신 두 손의 다섯 손가락을 동원하여 땅을 헤집어 기어이 흙 속에서 배추 꽁다리를 파낸다. 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꽁다리를 옷에 쓱쓱 문질러 우둑우둑 씹어 먹는 쏠쏠함도 어느 간식 못지않게 요기가 되었다. 그러니 시골동네의 꼬맹이들은 가을이 되면 손등이 하루도 성할 날이 없었다. 연장대신 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꼬맹이들의 손등이 마치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피가 멈출 날이 거의 없었다. 그 사이로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면 쓰라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지금은 배추김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그 때는 김치의 종류도 다양하였다. 대나무 잎을 동동 띄워 무 잎과 함께 담근 동치미김치, 고추 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담근 그야말로 하얀 백김치, 무를 사각으로 잘라 담근 깍두기김치, 무를 숭덩 숭덕 잘라 담근 나박김치도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 생활 형편에 따라서 갖은 양념을 섞어서 김치를 담그기도 하였지만 그도 저도 아니면 고춧가루만 넣어 버무려 김치를 담가도 감칠맛이 있었다. 어머니들의 손맛이 한몫을 하여서 그랬었는지 아니면 배고픈 시절이라 그랬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왜 그렇게 김치 맛이 꿀맛 같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겨울에서 봄까지 서민들의 삼시세끼 주식은 밭에서 수확한 고구마와 김치정도였다. 시골 동네의 방 위쪽에는 수수 대를 엮어 만든 발로 둥그렇게 칸막이를 만들어 고구마를 한가득 저장하였다.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밭마다 왜 그렇게 고구마를 많이 심었었는지 알 듯 하지만 부모들은 수수 대 발안에 가득 채워진 고구마를 보시면서 흐뭇해 하셨다. 지금이야 자녀를 그렇게 많이 낳지도 않지만 그 때는 많게는 대여섯 명이 보통인 토끼 같은 자식들을 굶기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 덕분이었을 게다. 겨울이 끝날 무렵이 되면 발안에 가득하였던 고구마도 바닥이 드러나고 수수 대 발안으로 하도 많이 손이 들낙 날락 거려서 그런지 발도 낡게 되고 그렇게 높던 발의 높이도 낮아졌다. 

지금은 고구마가 개량종도 종류도 많지만 그 때만 하여도 밭의 토질에 따라서 고구마의 맛이 달랐다. 사시사철 질퍽한 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는 물고구마라고 불렀고 척박한 황토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는 밤고구마라고 불렀다. 배고픈 시절이라서 그랬었는지는 몰라도 어느 고구마를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었다. 물고구마를 무쇠 솥에 넣고 푹 삶으면 끈끈한 물이 줄줄 흘러나오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독특하다. 반면에 황토밭에 심은 고구마는 속살이 포얗고 그야말로 밤 속과도 같았다. 지금은 고구마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 거리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 때만 하여도 삶거나 아니면 아궁이에 넣어 은근한 불에 구워서 먹는 방법이 유일하였다. 긴긴 겨울밤을 달랬던 방안에 화로가 있는 집은 화로에 고구마를 넣어두면 그 이튼 날 아침에 먹기 좋을 만큼 말랑말랑 하게 익는다. 소여물을 끊이는 아궁이에 고구마 몇 개를 넣어두면 군고구마가 되어 하루 종일 꼬맹이들의 간식거리가 손쉽게 만들어졌다. 고구마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메주를 만들기 위해 콩을 삶는 무쇠 솥에 고구마를 함께 넣어 삶으면 그야 말로 꿀맛이다. 고구마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추운 겨울에 생으로 먹는 맛도 별미에 가깝다. 삶은 고구마 껍질을 벗기면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누런 속살이 드러난다. 그 위에 김치를 곁들이면 “금상첨화”일품 양식이 된다. 
김치와 고구마만 먹던 가난한 시절이 지긋지긋하였을 같은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 때 당시에는 고구마가 지니고 있는 성분이나 김치의 효능에 대하여 생각할 여유조차도 없었고 연구자료 조차도 빈약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배고픔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양식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구마와 김치로 삼시세끼 거의를 주식으로 먹었던 집들도 많았다. 지금은 고구마와 김치의 성분들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결과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방역도 한 몫 하겠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비상이 걸렸는데 그래도 우리나라만은 감염속도가 느리게 전염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구마나 김치가 지니고 있는 성분 모두는 면역체계 기능 증진에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데 심지어는 코로나 19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구마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숙성된 김치는 건강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유산균이 풍부하여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은 무엇을 먹든지 건강에 적신호라고 할 수 있는 만병의 근원이 되는 뱃살걱정을 하지만 그 때는 뱃살이 두둑하면 사장님 혹은 먹고 살만 한가보다 라고 말하였을 정도였으니 그 때에 고구마에 곁들여 먹는 김치는 요사이 하는 말로 “웰빙 식품”인 셈이다. 먹 거리가 건강을 유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도 육체적 건강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하여 무엇을 먹어야 할지 심사숙고할 정도로 고민이 된다. 

고양시 빛무리교회 목사
고양시 사립 반딧불작은도서관 관장
고양시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활동 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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